비 IT 산업에서 AI를 붙여서 뭔가 해보겠다고 할 때, 보통 처음에 많이 헷갈리는 게
AI를 잘하는 사람부터 모아야 하나, 아니면 업을 아는 사람부터 모아야 하나 하는 부분인데,
대부분의 경우는 후자가 먼저 정리되지 않으면 앞이 잘 안 풀립니다.
초기 팀을 생각해 보면,
그 산업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일을 알고 있고
왜 아직도 사람이 이 판단을 붙잡고 있는지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은 꼭 있어야 합니다.
이 사람이 없으면 AI가 아니라 어떤 기술을 붙여도 결국 표면만 긁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사람은 AI 자체를 잘 아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 판단을 시스템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입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지, 입력을 어떻게 바꿀지, 기존 업무 흐름을 어디까지 건드릴 수 있는지
이런 걸 현실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이죠.
모델 성능에 집착하는 사람보다는, “이 정도면 현장에서 쓰겠다”는 감각이 있는 쪽이 훨씬 중요합니다.
AI 흐름에 맞춰 갖춰야 할 역량도 비슷합니다.
요즘 어떤 모델을 쓰느냐보다는,
이 산업에서 사람이 매번 비슷한 고민을 반복하고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걸 완전히 없애지 못하더라도 한 단계만 덜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지
이걸 집요하게 파고드는 능력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AI를 전면에 내세우는 팀보다,
“일이 좀 덜 귀찮아졌다”, “판단이 빨라졌다” 같은 말을 먼저 만들 수 있는 팀이
결국 다음 단계로 넘어가더군요.
비 IT 산업에서 AI 이야기가 잘 안 풀리는 경우를 보면, 초반부터 ‘IT 쪽 사람들’과 ‘현업’이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도 상으로도 그렇고, 일하는 방식도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 도메인 쪽에서는 “우리 일을 잘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기술 쪽에서는 “요구가 계속 바뀐다”는 말이 나옵니다.
반대로 비교적 잘 굴러가는 팀들을 보면, 구조가 단순합니다.
그 일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앞에 있고, 그 사람이 판단하는 방식을 어떻게든 시스템으로 옮기려는 사람이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도메인 전문가가 자문만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에 대해 실제로 결정권을 갖는 쪽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엔지니어는 그 판단을 구현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역할에 가깝고요.
문화도 비슷합니다. 현장에서는 AI를 좋아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지기 쉽거든요. 그래서 “데이터를 왜 넣어야 하느냐”를 설득하기보다, 데이터를 넣으면 당장 어떤 귀찮은 일이 사라지는지를 먼저 보여주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게 안 되면 데이터 품질 이야기는 시작도 어렵습니다.
필수 역량이라는 것도 기술 목록으로 보면 오히려 헷갈립니다. 실제로 중요한 건 사람의 성향에 더 가깝습니다.
이 산업에서 사람들이 매번 비슷한 고민을 반복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사람, 그걸 한 번에 다 자동화하려 하지 않고 “여기까지만 덜 고민하게 해보자”라고 자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모델이 아니라 결과로 설명하려는 사람이 있는지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창업 멤버를 떠올릴 때도,
AI를 얼마나 아느냐보다는
“이 사람이 없으면 이 판단을 설명할 수 있나?”를 먼저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지면, 기술은 생각보다 늦게 붙여도 따라오는 편입니다.
결국 AX의 본질은 "숙련공의 머릿속에만 있던 판단의 근거를 어떻게 데이터의 언어로 번역하고 시스템화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직 구성과 문화: “기술 조직이라는 섬을 없애는 것”
비 IT 산업에서 AI 전환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 조직과 현장 조직의 분리입니다. 성공하는 팀은 시작부터 구조가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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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조직의 비독립성: IT 팀을 별도의 지원 부서로 두지 마십시오. 도메인 전문가(그 업의 판단을 내리는 사람)가 제품의 방향성을 쥐고, 엔지니어는 그 판단을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러닝메이트’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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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문화: "우리 AI 모델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자랑하기보다, "이 기술로 인해 현장의 귀찮은 일이 얼마나 줄었는가"를 성공의 척도로 삼아야 합니다. 데이터 입력이 '숙제’가 아니라 '내 업무를 줄여주는 도구’로 느껴지게 하는 유인책을 설계하는 능력이 곧 조직의 실력입니다.
2. 필수 역량: “모델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의 세분화”
최신 AI 기술을 아는 것보다, 해당 산업에서 매번 반복되는 '판단의 지점’을 찾아내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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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로직의 해체: "우리 일은 복잡해서 안 돼"라는 모호를 "이 과정의 70%는 반복적인 패턴이니 자동화하고, 30%만 인간이 개입하자"라고 쪼개낼 수 있는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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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생성 역량: 이미 있는 데이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업무 방식을 살짝 바꿔서 양질의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남게 만드는 '시스템 설계 능력’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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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실행력: 처음부터 완벽한 자동화를 꿈꾸기보다, 오늘 당장 현장의 고민을 한 단계만이라도 덜어주는 '작은 성공’을 반복하는 팀이 결국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3. 초기 핵심 팀 구성 제안 (3-Core Model)
[AX 스타트업 초기 핵심 팀 구성 (3-Core)]
1. 도메인 아키텍트 (Domain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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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업의 본질 정의, 판단 로직 설명, 현장 피드백 수렴 및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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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자질: 업계 베테랑으로서 "이 판단을 왜 내리는지"를 데이터나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무엇을 시스템으로 옮길지 결정하는 실질적인 기준점이 됩니다.
2. AI/데이터 엔지니어 (Practical AI Spec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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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RAG/LLM 등 최적 모델 선정 및 튜닝, MLOps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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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자질: 모델 연구보다는 “기존 모델을 우리 데이터에 맞게 잘 갖다 붙이고(Application), 끊김 없이 돌아가게 만드는(MLOps)” 역량을 가진 실질적인 빌더입니다.
3. 오퍼레이션 체인저 (Product/Ops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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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데이터 수집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현장 사용자 설득, 비즈니스 가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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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자질: 기술과 현장의 간극을 메우는 커뮤니케이터입니다. "데이터를 넣으면 당장 어떤 귀찮음이 해결되는지"를 현장에 증명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냅니다.
정리하자면, AX 스타트업은 [판단을 설명할 사람 - 구조로 바꿀 사람 - 현장에서 책임질 사람] 이 세 명의 조합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이들이 한 팀으로 묶일 때, 비 IT 산업의 전문성은 비로소 강력한 기술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판단이 명확해지면 기술은 생각보다 늦게 붙여도 충분히 따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