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터뷰] 모든 포트를 잇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심윤섭

[메인터뷰] 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빌더가 메인이 되는 인터뷰로, 클라우드브로 커뮤니티가 오픈소스 빌더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시리즈의 네 번째 편입니다.


심윤섭 님은 학생입니다. 회사를 1년 다니다 나와 학업을 잇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디자인 시스템 컴포넌트를 만들고, 빌드 인프라 작업에 참여하고, 매주 Ones To Watch for FrontEnd라는 큐레이션 뉴스레터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인터뷰에서 꺼낸 이야기는 뜻밖이었습니다. 요즘 프론트엔드를 하는 사람들이 위축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에서 프론트엔드 말고 다른 분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자주 듣고, 그런 말이 쌓이면 자신감이 깎인다고 했습니다. 정작 본인은 누구보다 부지런히 프론트엔드를 파고드는데도요. 이 간극이 심윤섭 님을 설명하는 출발점입니다.

매주 고르는 일

그가 가장 오래 이어온 활동은 큐레이션입니다. 학교 동아리에서 프론트엔드 후배들에게 읽히고 싶은 글을 골라 모으던 일을, 혼자 보기 아까워 독립 사이트로 옮기고 매주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윤섭님의 뉴스레터 링크)

매주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도 매주 돌아오는 그 일이었습니다.

“이 글이 과연 읽을 만한 글인가. 그걸 매주 고민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읽을 만한 글을 고르는 안목은 코드를 짜는 일과 다른 종류의 품이 듭니다. 중복되는 내용을 걸러내고, 같은 주제라도 더 잘 설명한 글이 있으면 그쪽을 택하는 판단을 매주 반복해야 합니다. 그 꾸준함을 알아봐 주는 반응이 그를 버티게 했습니다.

별 4만 2천 개짜리 프로젝트에 발을 들이다

글로벌 오픈소스에 발을 들인 건 회사 일에서였습니다. 행사 도메인 회사에 다닐 때 콘텐츠 관리 도구를 찾다가 Payload CMS를 골랐습니다. 워드프레스에서 화면으로 보이는 페이지를 걷어내고 콘텐츠를 다루는 뒤편 기능만 남긴 형태의 오픈소스인데, 깃허브 별이 4만 2천 개나 달린 큰 프로젝트입니다.

그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에 코드가 받아들여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가 들어간 길은 단순했습니다. 적당한 도구를 찾아 헤매다 Payload가 맞겠다 싶어 따라다니던 중, 누군가 버그를 이슈로만 올려두고 손대지 않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남을 때 그 이슈를 직접 고쳐 PR을 보냈고, 그러다 관련된 다른 이슈들까지 손대게 됐습니다.

“쓰다 보니 버그를 이슈로만 올려놓고 대기하던 게 있었는데, 시간이 남아서 그걸 PR 하고, 관련된 다른 이슈들도 손대게 됐어요.”

회사가 따로 지원해 준 것은 없었습니다. 업무 중 남는 시간에 고치고, 그걸 회사 밖으로도 가져와 이어서 고쳤습니다. 정부 지원금이나 후원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 프로젝트를 더 쓰지 않게 되면서 기여도 자연스럽게 멀어졌습니다.

필요에서 시작해, 디자인 시스템으로

심윤섭 님이 오픈소스를 대하는 방식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습니다. 거창한 사명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쓰는 도구를 먼저 뜯어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오픈소스를 먼저 살펴보면서, 우리 회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 이 부분에 필요하겠다 싶은 데에 관심을 가져요. 그걸 제안해보고, 받아들여지면 이슈에 기여하면서 내부를 파보는 거죠.”

쓰다가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을 만들거나 고치는 일이 그의 기여입니다. 그 과정이 커리어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남이 짠 코드베이스를 파고들며 읽는 힘이 붙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버그를 잡고 PR을 보내는 일을 반복하다 그의 눈이 옮겨간 곳이 디자인 시스템이었습니다. 버그를 따라 코드 안을 들여다보던 시선이, 컴포넌트를 어떻게 설계하고 어떻게 일관되게 쌓아 올릴지로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입니다. 지금 그가 참여하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바로 디자인 시스템을 기초부터 만드는 일입니다. 컴포넌트를 짜고, 그것들을 빌드해 내보내는 뒤편 인프라를 다듬습니다. 기여에서 시작해 한 분야로 깊어진 셈입니다.

오픈소스가 그에게 무엇이냐고 묻자,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쩔 때는 도구이고, 어쩔 때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이에요.”

직접 쓰지 않으면 멀어진다

이 대목이 그의 오픈소스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졸업하고도 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겠냐고 묻자, 그는 한 가지 변수를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그 오픈소스를 실제로 써야 공감대가 생기고, 이슈에 접근이 가능하고, 이런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여를 하게 되는 거거든요. 회사가 안 쓰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고요.”

기여의 동력이 일과 맞닿아 있다 보니, 어떤 회사에 들어가 무엇을 맡느냐가 활동의 지속을 가른다고 보았습니다. 회사가 오픈소스 활동을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회사를 다니던 시절 기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업무 중 남는 시간과 퇴근 후의 시간을 둘 다 그 일에 쓴 덕분이었습니다.

AI는 정말 오픈소스 활동을 위축할까

AI가 공개된 코드를 다 학습하는 시대에 오픈소스 활동이 위축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선을 하나 그었습니다.

“내 용도로 간단하게 만들 때는 AI가 가장 빠르고 쉬워요. 그런데 그걸 다른 사람한테 넘기는 순간부터는 AI가 가져가기 어려운 영역이 있어요.”

혼자 쓰는 도구와 남이 믿고 쓰는 도구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습니다. 그는 최근 프론트엔드 진영에서 오간 몇몇 논쟁을 떠올렸습니다. 결국 핵심은 프로덕션 환경에서의 신뢰성이었고, AI가 만든 코드에 대해 프로덕션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사례들이 그 경계를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누군가의 서비스가 실제로 돌아가는 자리에서는, 빠르게 찍어낸 코드만으로는 감당되지 않는 무게가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의 목표

어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그는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이 좀 다운돼 있다고 해야 하나. 만나는 분마다 다른 분야를 해야 되냐는 말을 듣거든요. 그런 분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프론트엔드가 사라질 분야라는 말, 더 안정적인 쪽으로 갈아타라는 말. 그런 말이 쌓이면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흔들립니다. 그렇다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만으로는 힘이 되지 않습니다. 무엇이 돌파구가 되겠냐고 다시 묻자, 그는 자기가 그리고 있는 방향성을 들려줬습니다.

“어렵겠지만 모든 포트를 잇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프론트엔드에만 한정 짓지 않고, 백엔드와는 어떤 접점이 있는지, UI와 UX에는 어떤 접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걸 좋아해요.”

프론트엔드를 좁은 화면 작업으로 가두지 않고, 백엔드와 디자인 사이를 잇는 자리로 넓혀 보는 시선입니다. 그 태도의 뿌리에는 비교에서 온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해외 프론트엔드 오픈소스를 들여다보다 국내를 돌아보면 늘 아쉬웠고, 그 아쉬움이 큐레이션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해외에 이런 것도 있다는 걸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심 가졌으면 좋겠고, 그걸 거리낌 없이 가져와 도입하는 선순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커뮤니티

심윤섭 님이 짚은 한국 오픈소스의 그늘은 윤섭님이 경험한 것들이었습니다. 좋은 것을 알릴 채널이 적고, 개발자들은 자기 작업을 드러내는 일을 껄끄러워합니다. 기여조차 이력서 한 줄로 여겨지다 보니 눈이 해외 유명 프로젝트로만 쏠립니다. 국내 프로젝트에 발을 들일 이유가 그만큼 적어지는 것이죠.

클라우드브로가 글로벌 오픈소스 빌더들의 커뮤니티가 되기로 한 데에는 이 지점이 있습니다. 좋은 프로젝트를 드러내고 알리는 일을 우리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로 봅니다. 묻혀 있던 국내 프로젝트를 기업에 잇고, CNCF 샌드박스 같은 통로로 글로벌에 올리고, 한국 시장을 노리는 해외 프로젝트는 검증을 거쳐 들여오는 가교가 되려 합니다. 솔로 메인테이너들과 상업화 레퍼런스를 함께 만들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분위기를 넓히는 일도 그 한 갈래입니다. 심윤섭 님이 바란 해외와 국내 사이의 선순환을, 다른 방식으로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죠.

메인테이너를 비롯해 오픈소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메인이 되는 [메인터뷰] 의 네 번째 이야기는, 모든 포트를 잇겠다는 한 학생 개발자의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메인터뷰] 는 클라우드브로 커뮤니티가 오픈소스 빌더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시리즈입니다. 다음 편에서 또 다른 빌더를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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